10년 넘게 짧은 머리를 고수하는 저에게 샴푸는 정말 귀한 존재랍니다. 머리를 새로 자르고 온 오늘처럼 상쾌한 날에는 반 펌프만 써도 충분해요. 사실 몇 달 동안 미용실에 가지 못하는 요즘 같은 때에도 샴푸 한 번이면 머리를 개운하게 감을 수 있지만, 평소보다 많은 양을 쓰자니 괜히 죄책감도 들고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해요.

환경을 생각하냐고요? 아마 요리를 하겠다며 사 놓고는 다 먹지 못해 버려지는 식재료들이 늘 있는 저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제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릴지도 모르겠어요.

하지만 오늘 저는 조금이나마 지구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요리를 준비했어요. 바로 남은 마늘쫑 볶음, 우엉 조림, 그리고 텃밭에서 갓 수확한 싱싱한 쌈 채소들을 활용하는 여름 비빔밥입니다. 여기에 계란 프라이 두 개와 직접 만들어둔 짭조름한 장조림까지 더하면, 그야말로 ‘잔반 처리’를 위한 완벽한 비빔밥이 탄생하죠! 남은 음식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으니, 저도 지구도 모두 만족하는 식사가 될 거예요.

혹시 엄마가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때, 제가 이렇게라도 음식을 남김없이 먹는 것이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? 아무튼, 이렇게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정말 맛있는 비빔밥을 즐기고 있답니다.

(참고: 우엉 조림, 마늘쫑 볶음, 장조림 등의 자세한 레시피는 라앤타 블로그나 라앤타 셰프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. 마늘쫑 볶음 레시피는 ID 6961026을 참고해주세요.)